마지막에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을 때가 어언 3개월이 넘어간다.

사실 그 당시에는 뭔가 의욕적으로 적어보려고 노력했는데, 당시 뉴스들을 보니까 너무 실망스러운 뉴스들만 많고 뉴스 보기만 해도 기분도 나빠지고 그래서 뭔가 현타가 와서 그냥 포스팅도 한두개만 하고 말아버리고 그랬는데... 시작할 당시만 해도 하루에 몇 개씩 막 포스팅하려고 의욕은 넘치던 상태였다.

막상 까보고 하려고 보니까 생각만큼 재밌지도 않고 막 보람넘치지도 않고... 물론 이게 무슨 세상이 좀 더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같은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같은 느낌으로 하는 건 아니긴 했는데...

생각해보면 어린시절 NIE라는걸 했었는데 Newspaper In Education 이라는 것으로, 그 말 뜻 자체는 교육에 신문을 활용한다는 뜻 밖에는 없고, 실질적으로는 신문을 오려서 붙이고 거기에 자신의 감상을 간단하게 적는 활동같은게 주류였었다.

물론 요즘에 와서는 진짜 종이로 된 신문을 보는 경우는 많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종이 신문을 볼 때 느껴지는 특별한 감각같은게 있다.

요즘은 영상물도 사실 다 실물로 보는 경우도 없고, 스마트 TV로, 셋톱 박스로, 심지어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보곤 하지만, 비디오테이프나 CD같은 실물을 직접 습득해서 그걸 기기에 집어넣고... 하는 과정 자체가 특별한 과정이었던 것처럼, 신문도 그런 감각같은게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생각 자체를 그저께 도서관가서 진짜 오랜만에 실물 신문을 보게 되면서 느꼈다.

그 와중에 특히 특별하게 느껴졌던게 TV편성표인데, 사실 기능적인 관점에서는 굳이 있을 필요는 없는 코너이긴 하지만... 이게 오랜만에 보다보니까 그냥 그 페이지 자체가 기능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페이지의 모든 정보가 다 필요한 정보는 아닐지라도, 이렇게 정돈되어있다는 느낌, 이것을 봤을 때 느껴지는 어떤 구성감, 체계. 그런 것 자체가 기능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유튜브를 틀면, 그리고 요즘은 유튜브가 아니라 OTT라고 부르는, 온갖 방송들이 모여있는 것들을 보더라도 자동으로 내가 좋아할만한 것들을 추천해서 나열해준다. 굳이 생각할 필요없이 클릭하고,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영상을 그저 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분명 영상을 틀고, 본다는 기능 자체는 과거보다 비교도 될 수 없이 편하지만,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바로 그런거였다.

영상을 보고 즐기는 것은 우리가 그것이 구현되기까지의 과정의 경험이 포함되는 것이라고.

TV편성표를 찾아보거나, 비디오 가게에 가서 원하는 비디오를 찾아서 계산대에 올려놓고, 돈을 주고, 깨지지 않게 보관하고 있다가, 비디오 재생기에 넣고. 그런 과정까지의 경험이 포함되는 것이라고.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귀찮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좋고 나쁨을 떠나 그런 경험까지가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마지막에 내가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내용 중에 정보공해 어쩌고 했던 말을 적은 적이 있다.

요즘처럼 정보 기술이 발달된 시대에서는 정보는 너무 과잉되서 문제지 적어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었는데, 지금 와서는 좀 웃어넘길만한 얘기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는 굉장히 심각하고 철학적인 문제였다. 아마도...

재작년, 작년은 나 자신에게 꽤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이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도 딱히 해결되지도 않으며 왠지 그럴 의욕도 사라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거기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태는 뭔가 마음에 든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고... 잘 파악이 되지 않았다. 대체 뭐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종이 신문을 보는 경험을 하고, AI랑 대화도 하다보니, 그런게 조금 정리가 되는 것 같더라고.

대단히 잘못되지 않는한 그냥 그런 경험 자체가 삶의 경험이지 않은가? 라는 것.

어렸을 때 내가 했던 NIE는 어딘가로 사라져서 없어졌고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다. 정확하게 기억도 안 나지만, 그 경험 자체는 내 안에 남아있다.

세상에 수많은 정보가 있으니 내가 만드는 하찮은 정보도 쓰잘데기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은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 자신이 하는 경험이었고, 나 자신이 쓰는 내용이기에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는 의미있지 않았나.

AI가 아무리 지시만 내리면 고작 몇 초만에 사람이 몇 시간을 노력해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림도 그리고, 사람보다 더욱 지혜롭고 철학적이고 효율적이기까지 한 글을 뽑아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분명 나 자신이 직접 쓴 글에는 그것과 다른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작년에 내가 했던 고민은 분명 꽤나 심각하고 중요한 고민이기는 했다. 그런 고민 자체가 쓸모없는 것은 아니며, 항상 그런걸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가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글을 쓰지 않을 수 있지만, 또한 글을 쓰면서 조금씩 더 잘 이해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양면의 고민을 글에 녹여낸다면 분명 과거보다는 더 좋은 글을 쓸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겠지.

이런식으로 글을 써보는건 되게 오랜만의 일이다.

조금 효율적이지 않고, 조금 주제에서 벗어나고, 조금 쓸모없을지라도 그 가치가 있다는걸 깨닫는 순간, 나는 어느순간 글을 쓰고 있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스토리 쓰는 이유  (0) 2026.01.20